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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내 사랑>  로맨스 연상되는 제목은 낚시지만 그래도 감동

영화 <내 사랑>을 로맨스 드라마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본다면 엄청 실망할 수도 있다. 감성 멜로드라마로 보기 힘들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모드'(Maudie)이다. 국내에서는 <내 사랑>이라 개봉되었고, 그 옆의 영문은 Maudie, My love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건 국내 배급사의 낚시성 제목이라 생각된다. 이런 사랑 정말 하나도 안 로맨틱하고 너무 싫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로맨스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 모드의 아름다운 인간승리 드라마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영화 포스터들은 또 어떤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다. 여러 개가 만들어졌는데 실화의 주인공인 화가 '모드 루이스'의 꽃그림들이 배치된 것도 예쁘고, '에단 호크'가 밀어주는 달구지를 타고 웃는 샐리 호킨스의 모습이 담긴 것도 기대를 갖게 한다. '에단 호크'를 좋아하기에 기대했는데 , 영화에서 멋있기는커녕 꼴도 보기 싫은 괴팍한 캐릭터였다. 포스터 중 하나는 두 남녀가 강가에서 그림처럼 다정하게 있는 모습도 있는데 정말 짜증 날 정도로 그런 예쁜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여간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지는 마시라! 

낚시성 제목 <내 사랑>과 로맨스 분위기로 홍보하는 것이 어이없이 느껴지면서도 그래도 추천하고 싶은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감동적이었다. 여운도 길게 남았다. 제목에 낚인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괜찮은 영화였다. 조용히 입소문을 타서 33만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달콤하거나 애절한 로맨스는 아니었지만 주인공 모드가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 힘겹게 피워낸 인간승리의 결실이고 사랑이다.

영화 <내 사랑>의 포스터들

2. 화가 모드 루이스의 그림과 마더 모제스의 그림 

영화 <Maudie>(내 사랑)은 2016년 개봉되었고,  캐나다의 여성화가 모드 루이스(Maudie Lewis 1903-1970)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의 에이슬링 월시이며, 주인공 모드 역은 샐리 호킨스, 그녀의 남편 에버렛 루이스 역은 에단 호크가 맡았다. '전미 비평가 협회상'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국제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모드 루이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녀의 그림은 어린아이들이 그림처럼 천진무구하며 사랑스럽고 예쁘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지만 미술에 대해서 정규교육을 받지는 않았기에 오히려 순수한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신 것 같다. 포스터에 쓰인 그림들은 그녀의 그림과 영화 장면을 합성한 것이다. 

모드 루이스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미국의 할머니 화가 '그랜마 모지스'가  떠올랐다. 두 분 모두 아이들의 그림 같은 화풍을 가지고 있고,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고 그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소박하게 그렸으며, 늦은 나이에 우연한 기회로 비평가의 눈에 띄어 유명한 화가가 된다는 점이 닮았다. 

하지만 두 분은 차이가 있는데 그랜마 모지스는 농촌에서 친한 이웃들에 둘러싸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고 부지런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다가 할머니가 돼서 붓을 잡았다. 반면 모드 루이스는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 만성 관절염에 시달리며, 독신으로 살다가 가족들에게 버림받다가 결혼한다. 결혼한 남편도 사실은 배려심이 있거나 사랑을 주는 그런 남자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 정말 화가 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는 그녀에게 일을 시키며 어찌나 심한 폭언과 잔소리를 해대는지...  모드 루이스는 우리가 보기에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환경에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3. 영화 줄거리와 모드 루이스의 삶

모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마르고 약하고 다리를 절며 관절염으로 몸의 움직임도 힘겹고 불편했다. 그래도 그녀는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클럽에 가기도 하고, 연애도 한다. 하지만 애인은 떠나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도 힘들다. 그녀는 애인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지만 가족들은 아이가 기형으로 태어나서 죽었다고 한다. (영화 나중에 밝혀지지만 아이는 기형이 아니었고, 가족들이 그녀  몰래 다른 집으로 입양을 시켜버린 것이었다.) 오빠 찰스는 그녀와 한 미디 상의 없이 부모님과 살던 그녀의 집을 팔아버리고, 숙모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녀를 맡긴다. 자신을 무시하는 오빠와 숙모에게 화가 난 그녀는 자신이 독립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우연히 상점에 들렸다가 어떤 남성이 입주가정부를 구한다는 구인글을 보게 된다. 몸이 불편하기에 다른 일을 구하기도 어렵고 숙모의 집에서 나오고 싶은 그녀는 입주가정부를 하기로 한다. 영화에서 모드가 구직을 하려고 아주 먼 길을 불편한 다리로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너무 힘들어 보였다. 길게 뻗어 있는 시골길은 황량해 보였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곳은 나중에 그녀의 남편이 되는 에버렛 루이스의 집이었다.

에버렛은 생선을 잡아 팔고, 장작을 파는 일을 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보육원 출신에 가족도 없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만 하고 살아왔다. 성질은 나쁘고 괴팍하고 융통성도 없어서 사람들과의 소통도 편하지 않았다. 에버렛은 몸이 불편한 모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결국 채용하게 된다. 어떤 여자가 그런 남자 집에 들어가려고 하겠는가?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니 모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드도 숙모집에서 나올 방법이 달리 없으니 에버렛의 입주 가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에버렛은 몸이 불편한 가정부 모드를 무시하고 폭언하고 주먹질도 한다. 자기가 키우는 개보다 모드가 서열이 낮다는 둥 상처 주는 말만 한다. 배려심이라고는 없는 고약한 무식쟁이 에버렛. 두 사람은 점점 함께 사는 것이 익숙해져 가지만 이걸 무슨 로맨스라고 할까? 무슨 소통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까? 모드가 자신의 장애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 듯이 고약한 성질의 무식쟁이 에버렛에게 연민을 느낀 것이겠지. 에버렛도 고독하게 버려진 사람이니까. 에버렛이 조금씩 모드에게 마음을 열지만 난 이걸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지 편한 대로 한 거지. 결국 둘은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 에버렛에게 시집 올 여자가 모드 밖에 더 있겠는가? 모드가 사랑했고 사랑하려고 노력해 준 거다.

에버렛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 다음날부터 모드는 집안 곳곳에 틈틈이 그림을 그린다. 에버렛이 버린 종이, 낡은 물건과 가구들에.

어느 날 에버렛에게 생선을 구매하려고 그녀의 집에 온 멋진 도시 여성 캐리 매쳇, 그녀는 미술계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집안 곳곳에 있는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림을 구매하기 시작하고 그림을 의뢰하고 화랑가에 소개한다.

점점 모드의 그림은 유명해지고 미국의 부통령도 그녀의 그림을 사고, 방송사들은 그녀를 TV에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그녀는 유명한 화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에버렛은 그녀가 그린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에 놀란다. 

그녀는 유명해지고 그림을 판 수입도 많아졌다.

하지만 모드는 자신의 유명세나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오직 그림을 더 많이 그릴 수 있는 것에 행복해하며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림을 놓지 않는다. 영화는 모드와 에버렛이 갈등을 극복하며 평온한 삶으로 정착하는 것을 그리고 있는데, 나는 모드가 끝까지 자기 자신의 자존을 지키고 삶을 사랑하기 위한 인내와 노력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버렛은 모드가 사랑한 남자이니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는 모드가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으로 모드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모르는 무식한 구두쇠였다. 모드가 죽은 후 그녀 그림을 판 재산을 노리는 강도에 의해 살해된다고 한다. 정말 안타깝다.  

 

4. 감상평

코로나가 한창이고 하던 일을 그만두었을 무렵 우연히 이 영화를 봤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서 본 것은 아니고 그냥 무심코 틀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계속해서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감동의 여운이 남았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 속에 고독했을 모드가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을 그리고 삶의 희망을 소박하게 가꾸어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마음을 울리며 용기를 주는 좋은 작품인가 보다. 그녀를 통해 삶이 희망과 의지, 인내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