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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제인 에어>가 왜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까?

2. 영화 <제인 에어>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

3. 줄거리, 명대사

4. 등장인물, 배우, 감독 

 

1. < 제인 에어>가 왜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까?

어린 시절 세계 문학 전집을 읽을 때, 브론테 자매의 소설들은 영국 문학 필독서였다. 그래서 중학교 때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었다. 두 작품 모두 흡인력 강한 스토리 전개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제인 에어>가 명작이고 감동적이라는 말들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여주인공이 가혹한 학대와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하여  가난한 신분이지만 자존감 있는 모습으로 부유한 남주인공과 만남에서 사랑에 성공하는 신데렐라 스타일의 이야기는 너무 많지 않은가? <제인 에어> 스토리도 비슷한 것 같은데 뭐가 명작이라는 거지?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세상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서구 여러 나라에서 금서로까지 지정되었다니! 그냥 그런 의문을 남긴 채 어린 시절 잠시 만났었던 제인에어는 내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시간이 흘러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인 에어>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동안 19세기의 역사와 문화, 예술, 사조, 사건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19세기는 여성들의 자아주체성은 무시되었고, 그저 예쁘고 순종적인 것을 미덕으로 강요받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 러브스토리 속 <제인 에어>는 사랑 앞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자유인으로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고 지킨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당시의 시대를 이해하면 이런 캐릭터가 얼마나 혁신적인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샤롯 브론테는 새로운 여성상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 같다. 자의식이 강하지만 과장과 허세가 없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잃지 않는 <제인 에어>의 태도와 대화들이 인상적이었다.  200년 전의 문학 작품이니 이제 와서 보면  남성 중심, 백인, 영국 중심적인 사고가 비친다는 비평도 있지만 시대적 한계가 아닐까 한다. 여성 자신의 주체성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2. 영화 <제인 에어>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같은 시기 프랑스는 벨 에포크 시대,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지 각축전이 벌어지던 콜로니얼 시대, 산업혁명을 거치고 나서의 이 모든 시대가 같은 시기의 일이었다. 현대의 기초가 되는 변화들이 이 시대에 이루어졌다. 21세기인 지금이 변화의 가속도는 빠르지만 삶과 의식의 변화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분기점은 19세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이 시기의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들이 된다. 

게다가 21세기인 지금은 영화를 통해 시각적, 청각적으로도 그 시대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영화 <제인 에어>를 통해서도 브론테 자매들을 둘러싼 영국의 가정과 거실 풍경, 대저택의 구조, 창문들, 식탁과 식기들, 커튼, 촛대, 일상적 드레스의 패션을 만날 수 있다. 동시대 극단적 화려함을 지닌 문화도 있지만 지방 귀족 가문의 고급스럽지만 단정한 기품을 만날 수 있다. 황량하고 흐린 영국 황야의 풍경과  중산층 가정의 희미한 불빛 아래 거실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흥미롭다.

 

3. 줄거리, 명대사

" 저 자신을 존중하고 싶어요."

영화를 보면서 내게 가장 마음에 와닿는 명대사이다.

함께 있어 달라는 로체스터에게 제인 에어가 한 말이다. 이미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고 있는데 상대가 이런 말을 하면 거절할 수 있을까? 함께 있어 주던 아니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나는 <제인 에어>의 주제가 이 짧게 지나가는 문장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인상적 대사는 격의 없이 대해 달라는 로체스터에게 '격의 없는 것과 무례는 다르며, 격의 없는 것은 좋지만 무례한 것은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다'라고 대답하는 내용이다. 설령 상대가 봉급을 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영화 <제인 에어> 줄거리는 소설을 압축한 것이기에 전개되는 순서에는 차이가 있다. 소설을 본 사람이라면 도입부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무리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음을 이해하는데 다소 헛갈릴 수 있다. 

영화의 처음은 소설의 중간 부분부터 시작한다. 로체스터 저택을 떠나서 거친 황야를 방황하는 제인 에어의 모습부터 그려진다.  쇠약해져 정신을 잃고 낯선 집  문 앞에 쓰러진 제인 에어. 그녀를 그 집에 사는 리버스 삼 남매가 구해준다.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 제인 에어의 회상처럼 앞서 일어났던 일들이 그려진다. 

제인 에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었는데 돌봐주던 외삼촌마저 세상을 떠나자 외숙모는 그녀를 학대하다가 기숙학교로 보낸다. 그녀가 간 여자 기숙학교는 아이들에 대한 처우가 가혹하고 체벌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명백한 아동학대인데 그 당시 아동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하고 야만적이었다. 이런 장면들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그린 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제인 에어가 기숙학교에서 만난 유일한 친구 헬렌 마저도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제인 에어는 결국 지식을 가진 교사로 성장하고 기숙학교를 나와 로체스터 저택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청혼도 허락하지만, 로체스터에게는 정신병에 걸려 저택 비밀의 방에 감금되어 있는 숨겨진 아내가 있었다. 로체스터는 난폭한 광인인 아내와 얼굴도 모른 채 아버지의 강요로 결혼했던 것이었고, 당시 정신병원은 환자들을 짐승같이 대하고 우리와 같은 감옥에 가두어 놓는 환경이었기에 로체스터는 미친 아내를 정신병원에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로체스터의 비밀을 알게 된 제인 에어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로체스터 저택을 떠난다. 바로 이 순간이 영화의 첫 장면이었다. 

로체스터의 집을 나와 리버스 남매들과 지내게 된 제인 에어는 여전히 로체스터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가 세인트 존 리버스가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제인 에어는 결국 로체스터에게 돌아간다.

로체스터를 찾아 돌아온 제인 에어는 화재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저택을 마주하게 된다. 정신병 발작이 있던 로체스터의 광인 아내가 불을 지르고 자신도 죽게 되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로체스터는 사람들을 모두 구하고 아내까지 구하려다가 실명을 한 상태였다. 다시 만나게 된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들의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4. 등장인물, 배우, 감독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제인 에어>를 연기한 '미아 와시코브스카'의 매력에 더욱 빠져버렸다.

그녀의 이름은 정말 어렵다. 그녀는 호주 출신인데 아버지는 영국계이고 어머니는 폴란드계라고 한다. 어머니 쪽 폴란드식 성을 따른 것이며 폴란드 식으로 발음되기를 원한다고. 뭔가 '제인 에어'스럽다. 그녀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만났을 때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고, <크림슨 피크>에서 예쁘고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제인 에어>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배우가 되었다. 뭔가 단정하고 단단한 중심이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우아하며 친근하고 순수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이제부터 <제인 에어>하면 미아 와시코브스카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로체스터 역할은 <엑스맨 : 다크피닉스>, <스티브 잡스> , <맥베스> 등에 주연으로 출연한 마이클 패스밴더가 맡았다. 목소리가 중후하고 감성적이며 로체스터 역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제인에어> 등장인물 배우 중에서 놀라게 된 것!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지만 제인 에어를 구해주고 그녀에게 청혼하는 세인트 존 리버스 역의 '제이미 벨'이 영화 <빌리 엘리어트> (2000년 작)의 주인공인 발레 하는 소년, 바로 그 '빌리'였던 것이다! 우리 빌리가 어른이 되어 버렸다니!

감독은 일본계 미국인 '캐리 후쿠나가'이다.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영화 전반의 안개 낀 풍경, 섬세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아름답게 표현했다.